│서울 중개업소 10곳 중 9곳은 거래가 없다. 10년 전 기사입니다.
이 이야기는 정확히 10년 전의 상황입니다.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부동산 시장의 냉각화를 뒤늦게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 이야기가 나왔던 시점부터 제발 현실화되지 않기를 바랐던 시행사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자금 부실이 터지면서 건설사와 하청업체들의 줄도산과 금융기관의 타격까지 이어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선, PF대출을 알기 위해선 브릿지론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아는 건설사들이 사업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름만 빌려주는 정도일 뿐, 시행사가 사업을 주도하게 됩니다. 이 때 개발사업 초기 시행사가 토지비용이나 기타 인허가 관련 자금을 단기로 융통하는 대출이 브릿지론 입니다. 주로 대형 증권사들이 자금에 관여가 되죠. 이렇게 브릿지론이 발생하면 여기에 시공사와 투자자를 붙여서 PF대출을 받습니다. 이 때 대출을 해주는 금융기관은 무엇을 담보로 대출을 해줄까요? 이때에는 건설사들이 시공사들이 자신들의 신용으로 보증을 하여 신용보강을 해줍니다. 이 시행사가 부도가 나도 우리가 갚아줄게. 이런 개념이죠. 사전적으로는 특정 사업의 미래에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주는 '금융기법'이라고 합니다.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 보통 개인의 자산이나 신용도로 대출 여부와 금리가 결정되는 것에 비하여 이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물적 담보가 아닌, 프로젝트 자체의 사업성을 평가해서 유입될 현금흐름을 판단합니다. 즉 돈을 빌리는 주체보다, 빌린 돈을 어디에 쓰는지, 수익이 나올 만한 사업에 돈을 쓰는지를 보고 빌려주는 방식인 것입니다. 이렇게 PF 대출까지 진행이 되면 자금에 관련이 되어있는 증권사들과 금융기관들은 큰 금액이 묶여있기 때문에 이를 또 채권으로 만들어서 쪼개서 팝니다. ABCP 라고 합니다.
ABCP(ex. 강원랜드 사태) → PF → 브릿지론 / 이와 같은 순서로 문제가 생기면 상위로 타고 올라가게 됩니다. 참고로 브릿지론은 만기가 비교적 짧은 편이고 이를 막기 위해선 연장이 필요하겠죠.
깊게 들어가면 PF 주체에도 선순위와 중순위 그리고 후순위가 있고 그럽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관련 자료를 검색해 보시면 알기 쉽게 설명해 놓은 자료들이 많으니 찾아보시면 되겠습니다.
불씨, 트리거라고 불리는 사건은 강원랜드 사태입니다. 위에서 ABCP의 예라고 말씀드렸죠. 채권을 만들어 팔았는데 채권단은 자신들의 자금을 회수받지 못하겠다는 판단이 들자 지급금 청구 이행을 요청하게 된 것이죠. 강원도가 나서서 해결하겠다고는 했지만 만약 원활하게 문제 해결이 안 된다면 이는 PF 대출의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지고 더 상위인 브릿지론까지 이어지게 되면서 연관된 많은 건설사와 시행, 시공사 그리고 금융기관들까지 타격을 입게 될 것입니다.
│둔촌 주공 PF마저 8250억 조달 실패
둔촌 주공 아파트도 ABCP의 사례입니다. 일단 시공사 4곳이 자체자금으로 갚기로 했으니 당장은 버티겠지만, 이 사업과 관련된 증권사들은 7천억 규모의 둔촌 주공 PF 유동화 단기채 차환용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위해 전방위로 제안요청서를 보냈지만 아무도 이에 응해주는 투자처를 찾지 못했습니다.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은 일반분양 물량만 4700가구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으로 평가되지만, 얼어붙은 유동성은 투자자들이 머뭇거리게 만들었고 강원랜드 사태까지 발생하자 얼어붙은 것입니다. 결국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 그리고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나눠서 자체 자금으로 기존에 발행된 7천억 규모의 PF 자금 전액을 상환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3년 차를 앞두고 있는 공사이지만 선분양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사 중에 들어올 수 있는 현금흐름이 전혀 없었습니다. 후분양을 해야 하는데 예상 분양가 기준으로 12억으로 예상되는 물량이 과연 100% 분양이 될 지도 의문인 현재의 시장입니다.
│지자체장 리스크에 곳곳이 제2의 레고랜드
지차체장이 바뀌면 전임자가 시행한 PF 사업들이 백지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민간 사업자와의 분쟁, 지자체의 신뢰 저하, 시장 혼란 등이 이어져 자금시장의 혼란을 키울 수 있는 제2의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경기 구리시는 이번 연도 7월에 취임한 백경현 시장이 전임 시장이 추진해 오던 구리한강변 도시개발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고 하고, 경기 양주시는 강수현 시장 취임 후 옥정물류센터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고 건축허가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사업 뒤집기는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금줄이 마르고 부작용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특히 부동산 시장의 위험은 이미 경고를 넘어서 진행 상태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정책과 문제를 해결 또는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거시경제의 상황도 복잡하게 맞물려 있는 상황이지만 자국의 문제를 들여다보는 큰 정부의 역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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